지자체 안전보건관리체계 진단에서 도급·위탁이 가장 큰 공백이 되는 이유 — 13개 조직 진단 결과 분석
사람과안전 기술지도법인 · 산업안전지도사·산업보건지도사 및 기술사
② 유일한 보완필요 등급은 직영이 아닌 위탁 시설에서 나왔고, 10대 개선과제 중 3건(협의체·방침 전달·위탁 시설 총괄 책임자)이 도급·위탁 경계에 집중됐다.
③ 원인은 개별 사업장의 이행 부족이 아니라,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직영 조직도를 기준으로 설계되어 계약 관계를 따라 확장되지 않는 구조에 있다.
1. 공공부문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조적 특성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 나목의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한다. 문제는 하나의 기관 안에 위험 특성이 전혀 다른 사업장이 혼재한다는 점이다. 이번 진단 대상만 보더라도 밀폐공간 질식 위험이 있는 하수처리시설, 목재 분진·파쇄기 끼임 위험이 있는 제재·파쇄 공정, 정비 피트 작업이 있는 차량 정비소, 선별 컨베이어가 있는 폐기물 처리시설, 고소·레저 설비를 운영하는 위탁 복합시설, 발주 건설공사 현장이 한 경영책임자 아래에 있었다.
여기에 공공부문 특유의 운영 방식이 더해진다. 고위험 작업일수록 직영보다 위탁·용역·도급으로 수행하는 비중이 높고, 시설의 소유와 운영 주체가 분리된다. 본청이 수립한 하나의 체계 문서가 이 다양한 계약 형태를 따라 실제로 작동하는지가 공공기관 진단의 핵심 쟁점이 된다.


2. 법적 쟁점 정리 — 어디까지가 기관의 의무 범위인가
(1)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와 제5조. 제4조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제5조는 제3자에게 도급·용역·위탁 등을 행한 경우 그 제3자의 종사자에 대한 같은 의무를 규정한다. 제5조는 기관이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로 한정되는데, 지자체 소유 시설을 민간에 위탁 운영하는 구조는 시설·장소에 대한 지배·관리 책임이 기관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이 단서의 적용 가능성이 높다. 위탁 시설을 체계의 적용 범위 밖으로 두는 것은 법적으로 방어하기 어려운 설계다.
(2)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 의무.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도급인이 제공·지정하고 지배·관리하는 시행령 제11조의 장소 포함)에서 작업하는 경우 안전조치·보건조치 의무를 진다(제63조). 이와 별도로 협의체 구성·운영, 작업장 순회점검, 안전보건교육 지원·실시 확인, 경보체계 운영과 대피 훈련 등 도급에 따른 산업재해 예방조치(제64조), 질식·화학설비 등 위험작업 도급 시 안전보건 정보의 문서 제공(제65조), 관계수급인 위반에 대한 시정조치(제66조)가 요구된다. 협의체는 도급인과 수급인 전원으로 구성해 매월 1회 이상 정기회의를 열고 회의록을 보존해야 하며(시행규칙 제79조), 순회점검은 업종에 따라 2일 1회 또는 1주 1회 이상이다(시행규칙 제80조).
(3) 발주자와 도급인의 구분. 건설공사발주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서 제외된다(제2조 제7호 단서). 지자체가 발주한 건설공사는 원칙적으로 발주자 의무(제67조, 총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공사의 안전보건대장 작성 등)가 적용되고,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은 해당 현장에 대한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여부로 별도 판단해야 한다. 같은 '외부 업체'라도 위탁·용역·발주공사의 적용 조항이 다르므로, 진단과 체계 설계는 계약 유형별로 나누어야 한다.

(4) 시행령 제4조 제9호. 도급·용역·위탁 시 수급인의 산업재해 예방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절차, 안전보건 관리비용 기준, 공사기간 기준(건설업·조선업)을 마련하고 반기 1회 이상 점검해야 한다. 이 항목이 형식적으로 운영되면 제5조의 의무 이행 근거 자체가 비게 된다.
3. 진단 설계
과업 요구사항은 "체계가 구축되었는가"가 아니라 "현장에서 작동하는가"였다. 이에 따라 중대재해예방팀(전담조직)과 12개 단위사업장, 총 13개 조직을 대상으로 서류 검토·관계자 면담·현장 실사를 병행했고, 닷새간 전 조직을 방문했다. 평가 기준은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제5조와 시행령 제4조, 산업안전보건법 제14~18조(안전보건관리책임자·관리감독자 등)·제36조(위험성평가)·제63~66조(도급인 의무)로 두었으며, 등급은 우수·양호·보완필요·즉시개선 4단계로 사업장별 현장 실태에 따라 독립 산정했다.
4. 전담조직 진단 — 14개 항목 중 12개 양호, 교육 우수, 아차사고 개선 필요
중대재해예방팀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관리조직, 목표·방침, 예산, 위험성평가, 교육, 유해·위험요인 관리, 아차사고 수집, 종사자 의견청취, 비상시 대응, 도급·용역 관리, 반기 점검·평가, 관계법령 준수, 성과 측정·공개의 14개 항목으로 평가했다. 결과는 양호 12개, 우수 1개(안전보건교육), 개선 필요 1개(아차사고 수집)로 종합 '양호'였다.
경영책임자 차원의 강점이 분명했다. 법 시행(2022.1.27.) 이전에 자체 매뉴얼을 제작하고 외부 컨설팅으로 보완했으며, 기관장이 안전보건 방침에 직접 서명하고 기관장 교체 시 재서명하는 관행, 분기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 직접 참여, 반기 점검 결과의 기관장 보고 체계가 작동하고 있었다. 안전관리자·보건관리자를 외부 위탁 없이 내부 인력으로 선임해 전담조직에 통합 배치했고, 교육은 직종별 6개 과정으로 개편해 이수율 100%를 달성했다. 위험성평가도 전담조직 의존에서 벗어나 부서별 자체 수행을 시도하는 단계였다.
유일한 개선 필요 항목인 아차사고는 재해 발생 후 원인조사 체계는 있으나 재해 이전의 위험 신호를 수집하는 공식 채널이 없는 상태였다. 아차사고는 중대재해의 가장 유용한 선행지표이므로 익명 신고 채널, 신고자 보호 원칙, 월별 검토 회의, 분기 분석 결과의 위험성평가 환류까지 하나의 절차로 설계할 것을 권고했다.
주목할 점은 전담조직 수준의 '도급·용역 관리' 항목 자체는 양호였다는 것이다. 체크리스트와 발주 단계 안전 요건은 문서로 갖춰져 있었다. 그런데도 개선과제가 도급·위탁 경계에 몰린 것은, 공백이 문서가 아니라 문서가 현장 계약 관계로 이어지는 지점에 있다는 뜻이다.
5. 사업장 유형별 진단 요지
| 사업장 (운영 형태) | 등급 | 핵심 강점 | 중점 개선 방향 |
|---|---|---|---|
| 공영버스 운송·정비 (직영) | 양호 | 위험성평가 실시, TBM 정착, 교통안전 지침 | 야간작업 세부 절차, 도급업체 협의체 내실화 |
| 농기계 정비·임대 (직영) | 양호 | 기종별 자체 안전수칙 개발·운용 | 중량물 취급 인간공학적 위험성평가, 정비 작업 SOP |
| 토양분석실 (직영·연구실) | 양호 | MSDS 비치, 환기 관리, 보호구 지급 | 화학물질 취급 절차서 현행화, 비상대응 훈련 정례화 |
| 산림 순찰 (직영) | 양호 | 2인 1조, 방호복 착용, 긴급 연락 체계 | 고령 종사자 근골격계질환 예방 프로그램 |
| 목재 파쇄 공장 (직영) | 양호 | 방호장치 점검, 작업 전 TBM, 분진 관리 절차 | 분진 작업환경측정 강화, 설비 예방정비 계획 |
| 도로 보수 (직영) | 양호 | 교통 통제 절차, 작업차량 안전장치 | 야간·우천 고위험 작업 허가 절차, 협력업체 동반 점검 |
| 환경미화 (직영) | 양호 | 수거 작업 안전수칙, 근골격계 예방 체조 | 차량 후진 작업 위험성평가, 야간 가시성 보호구 전면 지급 |
| 폐기물 처리시설 (직영) | 양호 | 선별·압축 장비 방호, 화재 대피 훈련 | 고위험 작업 특별 위험성평가, SOP 강화 |
| 의료기관 (위탁) | 양호 | 감염 예방 프로토콜, 폭력 예방 지침, 의료폐기물 절차 | 근골격계 부담작업 실태조사 정례화, 감정노동 보호 |
| 하수처리시설 (위탁) | 양호 | 밀폐공간 출입 허가제, 황화수소 경보기, 비상 대기자 배치 | 설비 노후화 대비 안전예산 중기계획, CCTV 사각지대 해소 |
| 복합 레저시설 (위탁) | 보완필요 | 부문별 안전수칙 기초 마련 | 총괄 책임자·관리감독자 즉시 지정, 중대재해처벌법 의무 이행 전면 점검 |
| 발주 건설공사 | 양호 | 출입 통제, 보호구, 크레인·비계 점검 | 관계수급인 포함 전 공종 위험성평가 연계, 착공 전 안전계획 심의 |




직영 사업장의 개선 방향은 대부분 작업별 위험성평가와 SOP 고도화, 즉 체계의 '깊이' 문제였다. 반면 위탁·발주 사업장의 개선 방향은 책임자 지정, 협의체, 관계수급인 연계처럼 체계의 '연결' 문제였다.
6. 기관 전체 결과 — 직영은 작동하고, 경계에서 끊긴다
법 시행 전부터 자체 체계를 운영해 온 기관답게 기초 수준은 높았다. 다만 등급 분포보다 중요한 것은 미흡이 어디에 위치하는가였다. 보완필요 등급을 받은 유일한 조직은 위탁 운영 중인 복합시설로, 안전보건 총괄 책임자 직위가 수년째 공석이었다. 로드맵에서 시간대와 무관하게 즉시 조치해야 할 법적 의무 사항으로 분류했다.
10대 개선과제를 성격별로 묶으면 구조가 더 선명해진다.
| 축 | 개선과제 | 관련 근거 |
|---|---|---|
| 도급·위탁 경계 | ② 도급업체 안전보건협의체 운영 정례화 ③ 안전보건 방침의 위탁·발주 업체 공식 전달 ⑥ 위탁 시설 안전보건 총괄 책임자 즉시 지정 | 산안법 제64조 / 시행령 제4조 제9호 시행령 제4조 제1호 시행령 제4조 제6호 |
| 근로자 참여 | ⑦ 작업중지권 전 사업장 공지·교육 ⑧ 위험성평가 근로자 참여 실질화 | 산안법 제52조 / 시행령 제4조 제8호 산안법 제36조 / 위험성평가 지침 |
| 체계 운영 | ① 아차사고 신고·수집 체계 구축 ④ 고위험 작업별 SOP 작성·비치 ⑤ 관리감독자 현장 직무 이행 강화 ⑨ 반기 점검 양식 사업장 유형별 맞춤화 ⑩ 관계 법령 통합 목록·개정 모니터링 | 중처법 제4조 제1항 제2호 산안법 제36조 / 시행령 제4조 제3호 산안법 제16조 / 시행령 제4조 제5호 시행령 제4조 제3호 시행령 제5조 |
협의체 문제는 수급업체와의 도급 관계가 있는 차량 정비, 건설공사, 폐기물 처리 사업장에서 공통으로 확인됐다. 협의체가 아예 구성되지 않았거나, 구성은 되어 있어도 정기회의·합동점검·수급업체 안전계획 검토 없이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형태였다. 방침 역시 직영 사업장에는 게시·교육되고 있었지만 위탁·발주 업체 종사자에게는 계약 단계에서도 착공 전 교육에서도 체계적으로 전달되지 않았다.



7. 왜 경계에서 끊기는가 — 구조 분석
개별 담당자의 이행 의지 문제가 아니다. 진단 결과를 종합하면 네 가지 구조적 원인이 겹친다.
- 적용 범위 설계. 체계 문서가 직영 조직도를 기준으로 작성되어, 위탁·용역·발주공사가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판단 없이 범위 밖에 놓인다.
- 전달 채널. 방침·절차는 내부 공문과 게시로 전파되는데, 수탁업체 종사자에게 닿는 유일한 공식 채널인 계약(협약서·과업지시서)에는 들어가 있지 않다.
- 협의 구조. 산안법 제64조의 협의체는 상시 위탁·용역 사업장에도 적용되지만, 구성 대상 여부에 대한 판단 없이 생략되거나 정기회의·합동점검 없이 형식적으로 운영된다.
- 점검 사각지대. 반기 점검 양식이 직영 사업장 기준이어서 수탁 시설의 인력 공백(책임자 공석 등)이 점검 항목으로 걸러지지 않는다. 이번 진단에서 반기 점검 양식의 유형별 맞춤화가 별도 과제(⑨)로 도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8. 실무 권고 — 계약 단계에서 체계를 연결하라
범위 판단. 위탁·용역·발주공사 전체 목록을 만들고, 시설 소유, 예산 집행, 인사·지휘 권한, 시설 개보수 결정권, 작업 장소 제공 여부를 기준으로 계약 건별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판단표를 작성한다. 판단 결과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 산안법 제63~66조, 제67조(발주자) 중 적용 조항을 지정해 두면 이후 점검의 기준선이 된다.
계약 단계. 위탁 협약서·과업지시서에 ① 기관 안전보건 방침 서면 제공 ② 수탁자의 안전보건 총괄 책임자·관리감독자 지정 의무와 공석 발생 시 즉시 통보 의무 ③ 시행령 제4조 제9호에 따른 수급인 안전보건 역량 평가 결과 반영 ④ 안전보건 관리비용 기준을 명시한다. 협약 갱신 시점이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개선 시점이다.
운영 단계. 협의체를 월 1회 이상 정례화하고 회의록·합동 순회점검 기록을 남긴다. 질식·화학설비 등 위험작업을 위탁한 경우에는 제65조에 따른 안전보건 정보를 문서로 제공했는지 확인한다.
점검 단계. 반기 점검을 직영용과 도급·위탁용으로 분리하고, 위탁 시설에는 책임자 지정 상태, 협의체 운영 실적, 방침 전달 이력을 필수 항목으로 둔다.

근로자 단계. 수탁업체 근로자를 포함해 작업중지권(산안법 제52조)을 고지·게시하고, 관리감독자에게 작업중지에 대한 비처벌 원칙을 교육한다. 위험성평가는 근로자 참여(위험성평가 고시 제6조)를 실질화해 작업자가 위험요인을 직접 제안하고 결과를 피드백받는 절차로 바꾼다.
9. 확산할 기반은 이미 있다

위 표의 강점처럼 사업장 단위의 우수 관행은 충분히 확인됐다. 특히 위탁 하수처리시설의 밀폐공간 출입 허가제는 수탁 시설에서도 고위험 작업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과제는 새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관행을 협의체와 계약을 통해 경계 너머로 확장하는 것이다.


10. 이행 순서
즉시(1개월): 위탁 시설 총괄 책임자·관리감독자 지정, 작업중지권 전 사업장 공지 → 단기(3개월): 아차사고 신고 체계, 방침의 도급·수탁 업체 전달 절차, 위험성평가 근로자 참여 개선 → 중기(6개월): 협의체 전 대상 사업장 정례화, 반기 점검 양식 유형별 개편, 고위험 작업 SOP 완성 → 장기(1년): 관리감독자 직무 체크리스트, 법령 통합 목록·개정 모니터링, 아차사고 분석의 위험성평가 환류, 안전보건 KPI와 연 1회 자체 점검.
현업부서와 위탁 시설이 분산된 기관일수록 동일한 기준으로 한 번에 진단해야 기관 전체의 우선순위가 정해진다.